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지만, 가끔은 너무 조용해요

혼자 살면 좋습니다.
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옷 벗고 편하게 늘어지면
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고,
일찍 자든 늦게 먹든 내 맘이죠.

근데요,
문득 그런 날이 있어요.
집에 불 켜놓고 누워 있는데,
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지는 날.

특별히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
괜히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고,
폰 화면만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날이요.

아마 혼자 살아본 분들이라면
다들 한 번쯤은 겪어보셨을 거예요.

전엔 외롭다는 말을 잘 못했어요.
괜히 약해 보일까 봐,
혹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진짜 외로워질까 봐.

근데 이제는 압니다.
외로움은 이상한 감정도 아니고,
감춰야 할 것도 아니라는 걸요.

오히려 그 감정을 인정하고,
거기에 휘둘리지 않게 나를 돌보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.

저는 이렇게 생각해요.
외로움은 피한다고 없어지지도 않고,
너무 들여다보면 더 커지기도 해요.

그래서 그 사이 어딘가에서
**‘조금 거리 두고 마주하는 법’**을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.

제 기준에서 도움이 됐던 방법들을
하나씩 나눠볼게요.
누군가에게는 작은 힌트가 될 수도 있겠죠.

혼자 있을 땐 자꾸 뭘 하게 돼요.
유튜브 틀고, 폰 만지고,
배달 앱 돌려보고, 음악 틀고…

근데 가끔은
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도 괜찮더라고요.

그냥 불 끄고 누워있거나
조용히 차 한 잔 마시거나
창밖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.

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
혼자 있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됩니다.
조용한 집도, 고요한 나도
자연스럽게 느껴져요.

외롭다고 느낄 때일수록
사람들과 더 멀어지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.
그 기분, 이해돼요. 저도 그랬거든요.

하지만 그게 길어지면
내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게 아니라
세상으로부터 ‘내가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게’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.

그래서 저는 그럴 때
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 안부 톡이라도 보냅니다.

“요즘 어때?”
“나 그냥 널 떠올렸어.”

그 정도면 충분해요.
답장이 와도 좋고,
안 와도 괜찮아요.

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만으로도
조금은 가벼워집니다.

자취하고 몇 달쯤 지나면
식사 시간, 수면 시간 다 흐트러지잖아요.
저도 예전엔 밤 3시에 자고 점심때쯤 일어나고
끼니는 라면이나 배달로 때우곤 했어요.

근데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
몸이 먼저 망가지고,
그게 결국 마음까지 건드리더라고요.

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요.

크게 바뀐 건 없어도,
이런 ‘작은 규칙’이 생기면
혼자 사는 삶에도 일정한 리듬이 생겨요.
그리고 그 리듬이 마음을 붙잡아줍니다.

외로움을 포함해서
힘든 감정은 쌓아두면 더 무거워져요.
그래서 전 요즘,
감정을 조금씩 털어내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.

일기를 쓰거나,
혼잣말을 녹음하거나,
카메라 없이 브이로그처럼 하루를 말해보기도 하고요.

별거 아니어도
내 마음을 내가 들어주는 느낌,
그게 꽤 위안이 되더라고요.

혼자 있으면서도
사람들 틈에 섞여 있을 수 있어요.

카페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,
조용한 도서관에서 이어폰 없이 글을 쓰거나,
주말 낮에 동네 한 바퀴 산책하면서
시장 구경하는 것도 좋아요.

말 한 마디 안 나눠도
그 공간에 ‘사람들’이 있다는 것만으로
내가 고립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.

이젠 외로움을
“이겨내야 할 감정”으로 보지 않아요.
그냥 내 안에 잠시 앉아 있는 손님 같은 거예요.

힘들 땐 잠깐 같이 있어주고,
조금 괜찮아지면 조용히 보내주는 거죠.

그렇게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
하루하루 익혀가고 있어요.
어쩌면 그것도
혼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‘생활 기술’이 아닐까요?

이 글을 읽는 분도
오늘 하루, 고요한 집 안에서
어딘가 허전한 마음으로 앉아 계셨을지 모르겠어요.

그렇다면,
“당신만 그런 건 아니에요.”
저도 그렇고, 우리 모두 그런 날이 있어요.

다만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,
조금 더 나를 돌보는 방법을 익힌다면
혼자 있는 시간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.

오늘은 외롭더라도,
내일은 조금 덜 외롭길 바라는 마음으로
저는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.